최준상 초대전 《우리와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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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설렘이 교차하는 무채색의 바탕 위에 덧그린 희망, 최준상 개인전 《우리와 여백》이 갤러리 EOS(대표 손민수)에서 개최된다. 2025년 인천아트쇼에서 전작 완판이라는 쾌거를 기록한 최준상 작가가 한층 깊어진 사유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끝을 모르는 여백 위를 걸어가는 '우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불안한 여백을 선명한 믿음으로 채워가는 ‘우리와 여백’ 연작을 선보인다.
최준상의 작업은 후회로 물든 어제와 불안으로 흔들리는 내일 사이, 그 어딘가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평범한 하루하루의 숨결을 캔버스에 담듯, 붓질을 겹쳐 올리며 시간을 포개어 놓는다. 화면 위에 겹겹이 스며든 묵묵한 붓질 속에서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은 서서히 긍정의 온기로 바뀌어간다. 공허한 여백을 끝내 희망으로 돌려 세우려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매일 붓을 드는 이유이자 '우리와 여백' 연작을 관통하는 중요한 철학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지점은 개인의 내면에 머물던 시선이 우리라는 관계로, 불안에서 희망으로 점차 확장되어가는 궤적이다.
작품 속 무채색의 둥근 형상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조용히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있다.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 존재들은 시간이 지나며 켜켜이 쌓인 기억들이 빚어낸 산의 능선 같기도, 마음 깊은 곳에 응고된 감정의 잔상 같기도 한 모호한 실루엣으로 등장한다. 밝고 어두운 시간들이 겹겹이 포개지고 낡아 흐릿해지며 다시 자라 오른 그 모든 과정은 마침내 하나의 온전한 풍경을 이룬다.
저마다의 기억과 무게를 간직한 채, 스치듯 가까이 있으면서도 섞이지 않고 곁을 내어주는 풍경은, 각자의 삶을 품은 채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리를 담담히 비춰준다.
형상들을 감싸 안은 '여백'은 조용하다가도 이내 공허해지는 우리 삶의 현실을 은유한다. 그러나 작가는 이 끝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바탕을 더 이상 두려운 미지의 공간이 아닌, 우리가 함께 붓질하며 완성해 가야 할 '가능성의 공간'으로 해석한다.
무채색의 고요한 화면 앞에서 관람객은 각자의 막막했던 여백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안을 묵묵히 채워주고 있던 따뜻한 곁의 존재들을 마주하게 된다. 후회와 불안이 맴도는 시간 속에서도 오늘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언젠가 선명하고 다정한 풍경을 만나게 되리라는 단단한 믿음, 그것이 《우리와 여백》이 남기는 가장 따뜻한 여운이다.
전시는 오는 4월 13일(월)부터 4월 26일(일)까지 진행되며, 별도의 예약이나 관람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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